베드로

베드로는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열두 사도 중 한 사람으로, 본명은 시몬(Simon)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에게 “너는 베드로(페트로스, 바위)라.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고 하며 이름을 바꿔주셨다. 이는 그가 단순한 제자 이상의 역할, 즉 초대 교회의 기초가 될 인물로 임명되었음을 뜻한다. 예수는 그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겠다고 하였고, 이는 훗날 교회 안에서 수위권을 상징하는 상징적 표현이 되었다.

베드로는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어부로 일하던 평범한 인물이었으나, 그의 형 안드레아를 통해 예수를 만나 제자로 부름받았다. 그는 언제나 제자들 가운데 앞장서 있었으며, 예수께 “주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입니다”라고 고백한 장면은 신앙 고백의 전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예수의 수난 예고를 부정하며 꾸지람을 듣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예수가 체포되던 밤에는 세 번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하는 연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에게 나타나셔서 “내 양들을 먹여라”라고 세 번 반복해 말씀하시며, 그를 다시금 용서하고 사도로서의 사명을 확고히 해주었다. 그 장면은 교회 전통에서 베드로의 회복과 임무 위임의 핵심 장면으로 여겨진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성령 강림 이후 베드로는 예루살렘에서 담대하게 설교하며 수천 명을 개종시켰고, 초대 교회 공동체의 중심 인물로 활동했다. 그는 유다인뿐만 아니라 이방인에게도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계시를 받고, 로마 백인대장 코르넬리우스의 집에서 이방인 세례를 집전함으로써 복음 선교의 지평을 넓혔다.

전통에 따르면, 베드로는 선교 말년에 로마로 가서 복음을 전파했고, 네로 황제 치하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순교했다. 그는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처럼 똑바로 죽을 자격이 없다고 하여 거꾸로 못 박히기를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무덤은 오늘날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가톨릭 교회는 그를 첫 번째 교황으로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