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사무엘상》(1 Samuel)은 히브리 성경과 기독교 구약성경의 역사서로, 사사 시대의 종말과 이스라엘 왕정 시대의 시작을 연결하는 전환기의 역사를 다룬다. 이 책은 사무엘, 사울, 다윗이라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사사 제도에서 왕정으로의 이행, 그리고 하나님이 기름부으신 지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신학적 갈등과 역사적 전개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먼저 사무엘의 기적적인 출생과 소명으로 시작된다. 한나의 기도로 태어난 사무엘은 실로 성소에서 자라나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선지자가 되고, 이스라엘을 죄에서 돌이켜 회복시키는 마지막 사사이자 첫 선지자적 지도자로 등장한다. 이후 이스라엘 백성은 다른 민족처럼 왕을 요구하고, 하나님은 사무엘을 통해 사울을 초대 왕으로 기름 부으신다.

처음엔 겸손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로 보였던 사울은 점차 하나님의 명령을 불순종하고 자의적으로 제사를 행하거나, 아말렉을 전멸시키라는 명령을 어기는 등 왕권을 오용하면서 폐위를 선고받는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은 베들레헴의 목동 다윗을 새로운 왕으로 기름 부으시고, 은밀히 왕위 계승 작업을 시작하신다.

이후 사무엘상은 사울과 다윗 사이의 긴장과 대립, 즉 왕권의 몰락과 부상, 그리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자와 버리시는 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극적인 대비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다윗은 골리앗을 물리치며 백성의 주목을 받고, 사울은 이에 질투하며 그를 집요하게 추적하지만, 다윗은 끝까지 사울을 해치지 않고 하나님의 기름부으심을 존중한다.

책은 결국 사울이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마무리된다. 이로써 왕정의 첫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고, 다윗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문이 열릴 준비가 갖추어진다.

신학적으로 《사무엘상》은 하나님 주권의 절대성과, 인간 지도자의 책임과 실패, 그리고 기름부음(메시아적 개념)의 신학을 강조한다. 또한 다윗 언약의 서막을 열기 위한 역사적·신학적 기반을 마련하며, 이후 이스라엘 왕정사 전체의 방향성과 영적 질서를 정의하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