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사무엘하》(2 Samuel)는 다윗의 통치 전반과 이스라엘 통일왕국의 형성,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인간적 갈등과 신학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역사서이다. 이 책은 사울 왕의 죽음 이후부터 다윗의 말년까지, 즉 이스라엘의 통일 왕국이 성립되고 확장된 시기를 기록하며, 정치·군사적 승리와 개인적·도덕적 실패가 병존하는 다윗의 복합적인 왕권 시대를 서술한다.

이야기는 사울이 죽은 후 다윗이 먼저 유다 지파의 왕으로 헤브론에서 7년 반 동안 통치하면서 시작된다. 그 후 북이스라엘의 지지를 받아 전체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극하고, 예루살렘을 정복하여 수도로 삼으며 33년간 통일 왕국을 다스린다. 그는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연전연승하며 영토를 확장하고,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겨옴으로써 종교적 중심지도 구축한다.

하지만 왕으로서의 영광은 곧 인간으로서의 연약함과 죄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밧세바 사건이다. 다윗은 충직한 부하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와 간음하고, 그 죄를 덮기 위해 우리야를 전사하게 만든다. 이에 대해 하나님은 나단 선지자를 통해 다윗의 죄를 고발하며, 그 가정에 칼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형벌을 선포하신다.

이후 다윗의 삶은 정치적으로는 정점을 찍었지만, 가정 내에서는 비극이 연이어 벌어진다. 그의 아들 암논은 이복누이 다말을 강간하고, 다말의 오빠인 압살롬은 복수를 위해 암논을 살해한 후 반역을 일으켜 왕위를 빼앗으려 한다. 압살롬의 반란과 죽음은 다윗에게 극심한 슬픔과 혼란을 안기며, 왕권은 유지되지만 도덕적 권위는 흔들리게 된다.

《사무엘하》는 단지 역사 기록이 아니라, 권력과 인간성, 회개와 은혜, 심판과 회복의 복합적인 신학 서사로서 읽힌다. 다윗은 분명히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로 평가되지만, 그 역시 완전하지 않은 인간이며, 그의 실수와 그에 따른 고통은 하나님의 통치 안에서도 인간의 선택과 책임이 얼마나 중대한가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