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룻기》(Ruth)는 히브리 성경과 기독교 구약성경에 속하는 짧은 역사서로, 이스라엘 사사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한 이방 여인 룻의 충성과 헌신,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이루어진 구속과 회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체는 단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학적으로는 매우 정제된 구조와 감성적 서술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야기의 중심 인물인 룻은 모압 여인으로, 유다 지역 베들레헴 출신의 엘리멜렉 가족과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남편과 시아버지, 시동생까지 모두 사망하면서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와 함께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리니…”라고 고백하며,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백성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믿음의 행보를 시작한다.

베들레헴에 돌아온 룻은 생계를 위해 이삭줍기를 하다가 나오미의 친족인 보아스의 밭에서 일하게 되고, 보아스는 그녀의 성실함과 인격을 인정하며 관심을 갖는다. 이후 이스라엘의 고엘(가까운 친족이 가족의 소유를 회복해주는 법적 제도) 관습에 따라, 보아스는 룻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오벳이며, 오벳은 다윗 왕의 할아버지가 된다.

이처럼 룻기는 이방인 여성 룻을 통해 다윗 왕의 가문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대조되는 개방성과 포용성, 신앙 중심의 공동체 정신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기독교에서는 룻이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구속사의 중요한 연결 고리로 여겨진다.

신학적으로 룻기는 하나님의 숨겨진 섭리, 일상의 헌신과 사랑을 통한 구원의 역사, 그리고 믿음과 충성의 가치를 조명하며, 시대적 혼란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가 민족과 혈통을 넘어 일하신다는 조용한 선언을 담고 있다. 또한 사사기의 암울한 시대적 배경과 대조되며, ‘왕이 없던 시대’ 속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왕의 계보를 준비하셨는가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