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르(Project Moon 세계관)/인게임 정보

"불합리? 뭐가 그렇게 불합리한데, 형씨? 좀 궁금해지네."

아이는 멱살을 흔들던 자를 옆으로 살짝 던져버리고, 그 말을 했던 자 앞에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추었어.

괴로워하는 건달: 으윽… 애초에, 주먹에서 불이 나온다는 것부터 이상하잖아?

"도시에서 발에 채는 해결사들도 공방에서 무기를 맞추어 다니는데, 이런 게 이상하다고?
그리고, 너희 팰 때는 불꽃 마법 안 썼잖아. 왜 그래?"

괴로워하는 건달: 마법은 무슨…

"형씨… 그냥 형씨 네가 약해서 그래. 그러니까 왜 지나가는 아저씨한테 시비를 걸고 그래? 응?"

괴로워하는 건달: 그게! 그게 문제라고!

안경을 고쳐 쓰던 아이는 으응? 하고 표정을 바꾸었어.

괴로워하는 건달: 애초에 다 늙어빠진 아저씨가! 새파랗게 어린 사람 8명을 때려눕히는 게 말이 돼?

"늙…"

아이의 이마에는 가느다랗게 주름이 잡혔지만, 이내 풀렸어.
뭐, 아이가 그간 지내오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떤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연륜… 연륜이라는 좋은 단어가 있어, 청년. 응?"

괴로워하는 건달: 그, 그리고 키도 땅딸막하고!

"땅딸막…"

괴로워하는 건달: 자기 관리는 하나도 안 돼서!

"아니야… 내가 무슨…"

괴로워하는 건달: 아니긴 뭐가 아냐! 수염도 안 밀고, 머리는 대충 묶고 다니고 말이야! 넌-

퍽.
아이가 바닥에 누운 자를 향해 내지른 주먹은 불꽃이 화륵 하고 일어, 머리카락을 타닥타닥 태우고 있었어.
아이는 주머니에서 꺼낸 조금 구겨진 담배를 하나 꺼내물곤, 주먹을 담배 끝으로 갖다 댔어.

"뭐… 귀찮게 라이터는 안 찾아도 되니까 다행이네."

어리숙한 조직원: 하아, 하… 잡았다! 이 새끼! 가진 거 다 내놔!

아이는 막다른 골목 끝에 몰려 있었어. 그리고 아이를 쫒고 있는 누군가가 맞은편에 있었지.
기다란 검을 두 손으로 고쳐 잡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 금방이라도 아이를 두 갈래로 찢어 놓을 모양이었지.

어리숙한 조직원: 더… 도망칠 데도 없다고. 하, 쓸데없이 힘만 빼놓지 말고…

라며, 상대가 무어라 말하고 있을 때.

어리숙한 조직원: 야! 어디…

아이는 쿠당탕거리며 오른쪽으로 사라져버렸어.
뒷골목의 어느 조직원 같아 보이는 사람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천천히 아이가 있던 골목 끝으로 걸음을 옮겨.
붉은 녹이 잔뜩 낀 철문. 아이는 분명히 이곳으로 숨어들었을 거야.

어리숙한 조직원: 젠장… 좁은 실내로 들어가면 기다란 검이 힘을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그는 낄낄대며 검을 허리춤에 넣더니, 방금보다 더 작달막한 검을 다시 꺼내었지.

어리숙한 조직원: 바보 같은 녀석. 검을 두 개나 차고 다니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건데… 큭큭.

비릿한 웃음과 함께, 문 안으로 들어가는 조직원.

하지만, 그 자체로 덫이란 건 몰랐던 거겠지.

"잡았…다."

"헉?!"


분명 두리번거릴 때만 해도 없었단 아이가 갑작스레 자신의 뒤에서 나타나다니.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

어리숙한 조직원: 어, 어떻게…

"검이 길든 짧든 내 알 바가 아니야… 내 '작업장'까지 기어들어와놓고 손아귀 밖으로 벗어나게 한 재료는 아직 없거든."

어리숙한 조직원: 재, 재료…?

"응, 너… 낚인 거야. 재료 산지직송인 거지."

음습한 추적자는 그제서야 깨달은 거지.
쫓아 들어간 공간이… 맛의 골목에 위치한 가계 창고였다는 것을.

"그러게 왜 멀쩡히 걷던 사람한테 시비를 거는 거야… 아무 생각 없다가도 싱싱한 녀석인지 훑어보게 되잖아."

어리숙한 조직원: 그, 그럼 여기는… 료슈의 고기…

"후… 그래. 료.고.파다. 마음에 안 드는 가게 이름이지만."

추적자… 혹은 강도. 어쨌든 이제 불쌍한 희생양 정도로 추락한 아이는 공포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어.
주변 지리에 아직 어리숙한 신입 조직원인 그도 한 번쯤은 들어봤던 거야. 사람 고기로 파이를 만드는 가게가 이 23구 골목 곳곳에 있다는 걸.

"스읍… 그 녀석이 가게를 차렸으니 이름이 가게 앞에 붙는 건 맞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료슈의 고기파이가 아니라 료.고.파인 건 도당체가 이해 안 된단 말이지.
내가 늦게 들어와서 뒤통수 맞아가며 욕먹어가며 요리를 배우고 있긴 해도… 하아, 다 참아도 그 작명 센스만큼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서 말이야.
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재료 수확부터 재단, 손질까지 내가 다 하는데 가게 이름 정도는 개선해줘도 되는 거 아니야?"

낡은 중식도의 칼등으로 툭툭.
잔뜩 긴장한 희생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아이가 불만을 토로해.

어리숙한 조직원: 그, 그럼요! 당연히 선생님의 의견이 반영되어야지요!

"어우, 그러지 마. 아까는 이 새끼 저 새끼 하더니… 갑자기 선생님이라고 하니까 소름이 다 돋네."

어리숙한 조직원: 죄, 죄송합니다!

"…죄송해하진 말고. 그렇다고 안 놔줘."

어리숙한 조직원: 서, 선생님!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면 위에서 이름 파는 그 자식을 죽이고 자리를 차지하셔야죠! 제, 제가 도와…

"호오… 그건 좋은 아이디어인데?"

어리숙한 조직원: 정말요? 그럼 저만 잘… 잘 내보내주신다면…!

"아이 참, 시끄럽네."

그 말을 끝으로, 공간에 남은 소리는 썰고 써는 소리만이 남았어.


"뭐… 좋게 봐준 건 고마운데, 형씨. 그렇다고 내가 아직 료슈 주방장만큼의 찰떡손파이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

찰박거리며 손을 놀리는 아이는 계속해서 중얼거려.
듣는 사람이 더는 없는데도 말이야.

"계속 짜증나게 굴고, 툭하면 해고해 버린다고 협박하는 게 성질 뻗치지만… 요리 배우기에는 나쁘지 않은 스승이긴 하니까 말이야… 당장은 말을 들어야지. 당장은.
그러니까 너무 섭섭해하지는 말라고, 형씨. 당신이 잘나가는 요리사였다면 고민 좀 했겠지만. 훗."

당장이 아니라면 무슨 일을 벌일 셈일까. 아이의 속내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뭐,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만큼 평화로운 광경은 아닌 것 같네.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