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로마 제국

"스스로 신성 로마 제국이라 칭하였고 아직도 칭하고 있는 이 나라는 딱히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며 제국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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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테르, 『민족의 풍속과 정신에 관한 에세이』

• 신성하지도 않고 : 로마의 신성을 칭하려면 도시의 수호자이자 교황의 수호자를 해야할진대, 아비뇽 유수로 교황 잡아가둔 무뢰배 프랑스 놈들도 못 막은 주제에 감히 신성을 논할 수 있을까? 그 전에는 황제가 카노사의 굴욕으로 교황한테 무릎까지 꿇었던 바도 있다.

• 로마도 아니고 : 일단 게르만 계열 제국이라 라틴어도 안 썼던데다 문화 자체가 로마와 너무 판이했다. 그리고 대개 '로마'라고 한다면 이탈리아에 있는 원조 로마, 서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라벤나,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1] 중 하나를 이르지만 신성 로마 제국의 강역에는 이 셋 중 하나도 없었다. 로마도 없으면서 무슨 로마를 칭하냐며 가장 큰 놀림거리가 된 점이었으나 1200년대 최대 강역을 확장하며 이탈리아의 원조 로마를 먹어 극복해내긴 했다.

• 제국도 아니다 : 제후들의 왕권이 너무 강해서 거의 연맹처럼 보일 수준이었기 때문에 나온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