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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ea/스토리/Act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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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7 #===== >한 번, 아르케아의 세계에 눈이 내렸다. > >그리고 지금, 회색빛 대지 위로 또다시 한번 눈이 내리고 있다. > >여기에서는 부드럽게 내리는 함박눈이, 멀리서는 매서운 눈의 폭풍이. > >고요한 세계, 아르케아를 눈이 뒤덮은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이 세계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새하얀 눈밭이 무너져가는 대지 위에 펼쳐져 있었다. > >“하아악…” > >옅은 숨에 눈꽃이 날렸다. > >“하아아윽… 끄흑…” > >몸이 덜덜 떨렸다. 추워서가 아니라, 뱃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퍼지는 고통 때문에. > >그 위로 한 쌍의 날개가 그 몸을 밀고, 밀고, 흔들었다. 밀고, 또다시 밀고, 껴안았다. 박쥐 팬즈가 속삭였다. > >“아, 아유야… 제발 일어나. 제발…” > >그 둘을 드렘이 지켜보고 있었다. >지켜야 할 존재, 아유의 숨이 점점 옅어져가다. 마침내 끊겼다. >---- >“아유야?!” 팬즈가 소리쳤다. “아유야, 안돼. 제발!” 애원하고,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 >아유의 미간에 번져있던 주름이 풀렸다. 드렘의 눈이 크게 뜨였다. 박쥐는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 >미간의 주름이 풀린 것은 편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 >“드렘, 아유가 숨을… 심장이… 설마, 아니지? 아니잖아! 이럴 순 없어!” > >“…” > >그대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 >---- >무언가 목적을 위해 태어났다고 할 수 있는가? >드렘은 아유의 곁에 있기 위해 태어났다. > >하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었다… > >‘태어난 목적’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 >드렘은 생기가 빠져나간 아유를 바라보았다… > >그 차가운 입술이 옅은 미소를 지은 것을 보았다… > >그리고 생각했다. > >이걸 용납하기엔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 >드렘이 날갯짓하며 어디론가 날아갔다. > >“드렘?! 어디 가는… 잠깐만! 드렘아! 가지 마!” > >“팬즈!” 드렘이 소리쳐 대답했다. “먹을 걸 찾아오자! ‘맞는’ 음식을!” > >“저, 저 눈폭풍 너머로…?! 저길 어떻게 가!” > >“난 갈 거야!” 드렘이 소리쳤다. 이에 팬즈도 맞받아 소리쳤다. > >“…그럼 나도 갈게!” >---- >두 박쥐가 낮과 밤의 경계를 향해 재빨리 날갯짓했다. > >거리가 멀어질수록 아유의 기척이 점점 더 옅어졌다. > >너무 멀리 떨어지면, 너무 시간을 끌면… 아유를 다시는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은 절대로 답이 아니었다. > >박쥐들은 꼭 붙어서 서로의 몸을 녹이며, 이 세상의 부서진 조각을 찾아 헤맸다… > >사랑하는 이에게 먹이기 위해. 이 망가진 세계가 그녀에게 준 사명을 다시금 일깨우기 위해. > >아르케아가 만들어낸 감시자, 아유는 이상 현상을 먹어치우기 위해 태어났다. > >그러니, 박쥐들은 이상 현상을 찾아낼 것이다. > >무서운 눈보라를 뚫는 한이 있더라도, 이상현상의 기척을 좇아갈 것이다. >----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이 그들의 날개에 내리쳤다 > >마치 채찍처럼 격렬하게 두 조그마한 박쥐를 마구 후려치며 날려보냈다. >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 그럼에도 나아갔다. > >눈가에 차갑게 서리는 눈물을 느끼며… > >아유의 배에 들어찬 병을 고치기 위해서 세계의 ‘뒤틀림’을 향해 지지 않고 나아갔다. > >하지만… > >원하고, 원하고, 또 원한다 한들… > >이룰 힘이 없다면 무의미할 뿐이다. > >곧, 팬즈가 땅으로 떨어졌다. 곧, 쓰러진 팬즈를 끌고 가던 드렘도 힘이 다해 추락했다. > >곧, 눈이 그들의 몸을 덮었다. 곧, 눈가에 고여있던 눈물은 훌쩍이는 소리가 되었다. >---- >곧, 상냥한 소녀가 그들을 발견하고 팔로 껴안아 들어 올렸다. > >[[Arcaea/파트너#카나에|[ruby(그 소녀, ruby=Sunset Radiance)]]]는 낮을 향해 몸을 돌려, >팬즈와 드렘을 팔과 가슴으로 품고 따뜻한 곳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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