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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ea/스토리/Act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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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I[* v5.9 업데이트 이전에는 18-I, 18-II, 18-III이 모두 5-?였다.] #===== >그 여자다. 틀림없다. 그 여자가 왔다. > >레테는 낫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침을 삼켰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시 떠올리고서 각오를 다졌다. > >그녀의 삶은 끝났을지라도, 의무는 끝나지 않았다. > >하늘이 유리로 반짝인다. 그녀가 무릎 꿇은 고원의 땅이 흔들린다. 이윽고 뿔 달린 사신은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일어섰다. > >그리고서 여자를 바라보았다. >---- >“아직도 이해하려 노력조차 하지 않는구나.” 여자가 말했다. >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괜히 애쓰는군.” 레테가 대답했다. > >“말은 아직 연습 중이야. 예전보단 꽤 잘하게 된 것 같은데.” > >“별로. 여전히 못하는걸.” 레테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 >여자는 말없이 평온한 얼굴로 땅을 바라보았다. > >“내가 어지간히 싫나봐?” > >레테는 말없이 낫을 꽉 쥐었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 >“유감이야…” 여자가 레테 쪽으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 >“난 너한테 전혀 관심 없는데.” >---- >“네가…” 레테는 깨문 어금니 사이로 말하더니, > >“날 어떻게 생각하든 아무 상관 없어!” 이윽고 소리쳤다. > >여자가 말없이 레테를 바라보았다. 마치 “상관있으면서.”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 >“이런 식으로… 영혼을 더럽히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어!” 레테가 소리쳤다. > >“영혼이라고? 저걸 영혼이라고 생각해? 영혼을 가진 건 우리들이고, 저것들은 죽은 자들의 기억일 뿐이야.” >여자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 >여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삐죽삐죽한 “구름”이 머리 위로 기이하게 일렁였다. > >“못 알아듣겠지만…” 여자가 중얼거리며 다시 레테의 눈을 바라보았다. > >“다시 말해줄게. 저것들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야. 우리는 저것들을 이용하기 위해 이 세계에 존재하는 거라고.” > >“입 다물어!” > >레테가 낫을 높이 들고 여자에게 달려든 뒤 내려쳤다. > >하지만 그 칼날은 잔상을 가를 뿐이었다. >---- >“이 장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유리를 ‘이용’하지도 못하는 거야.” > >그녀의 왼쪽 귀가 움찔거렸다. 뒤로 돌아보자 여자가 고원의 반대편에 생겨난 빛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 >“네가 대체 무슨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세계를 만들 거야.” > >얼굴에 손을 얹은 채, 여자는 자세를 고치고서 사신을 바라보았다. >여자가 손을 거두자,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반짝이는 꽃이 보였다. > >“왜냐면 지금조차 나는…” 여자, 사야가 자신을 증오하는 소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 >“우리 모두 이 세계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당연히 너는 빼고.” > >분노한 레테는 다시 싸울 준비를 갖추었다. > >분노. > >둘 사이에 공통된 감정은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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