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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ea/스토리/Act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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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 #===== >"비가 오네요..." >---- >[[파일:Arcaea/Story/18-6_1.png]] >---- >비타가 유리 도서관의 구석에 있던 나를 찾아와 말했어. >밝으면서도 어두운 동굴 안. 나는 앉은 채 한 번 비타를 올려다보고 고개를 돌렸어. > >비... > >아르케아에서 지낸 몇 년간, 단 한 번도 비를 본 적은 없었어. >하지만 이제는 지평선 너머로 비와 눈, 천둥과 번개를 보는 건 별난 일이 아니게 되었지. >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었어. > >나는 일어서며 말했어. >"비타... 가자. 따라올 때엔 뒤에 숨으면서 따라와." > >"가자니... 어디로요?" > >"레테한테." 나는 주저 없이 말했어. "그 여자를 죽일 거야." > >나는 말없이 비타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가, >산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출구로 향했어. >비타는 머뭇거리다가, 시킨 대로 날 따라왔지. > >"... 죽인… 뭐라고요?! 안 돼요!" > >비타가 빗속으로 걸어가는 나의 뒤를 종종 따라오며 소리쳤어. > >비타는 항의를 멈추지 않았어. > >망토를 붙잡혔어. 나는 망토를 잡아당겨 뿌리쳤어. > >돌을 집어 들어 내 등으로 던졌어. >그래도 난 멈추지 않았어. > >"대체 왜요?!" 비타가 마침내 소리를 질렀어. >---- >[[파일:Arcaea/Story/18-6_2.png]] >---- >끝임없이 쏟아지는 비. 나는 등을 돌려 비타를 마주봤어. >비타는 반짝이는 붉은색과 하얀색의 눈동자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어. > >"비타... 이 세계는 죽어가고 있어." 내가 말했어. >---- >[[파일:Arcaea/Story/18-6_3.png]] >---- >"알아요..." 비타가 작은 소리로 대답하자 나는 그때 깨달았어. 아, 비타도 알고 있구나. > >"그래서... 그래서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려는 거예요?!" > >"그 여자가 모은 유리 조각에서 무언가를 느꼈어. >우리가 만들어낸 이 도서관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한 무언가를." 나는 설명했어. > >"모두를... 구하려면, 그 무언가의 정체를 알아내야 해. 그리고 빼앗아 이용해야 해. > >그게 있으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낼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몰라. > >하지만 레테는 날 이해하지 못해. 그리고 이제 그 여자를 설득할 시간은 우리에게 남아있지 않아." > >"레테의 신념이...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거짓말이 설득의 여지조차 허락하지 않아. > >그 여자의 마음속엔 불이 타오르고 있어. 그리고 그 불은 나를 향해 솟구칠 거야. > >우린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이야." >---- >[[파일:Arcaea/Story/18-6_4.png]] >---- >"그렇다고 설득할 시도조차 안 하겠다고요?" 비타가 나를 책망했어. 내 입이 비릿한 미소로 일그러졌어. > >"말을 해보기는 해야 할 거 아니에요!" >비타는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어. > >그리고, 다시 등을 돌렸어. > >빗줄기가 점점 약해지다가 마침내 그쳤어. > >나는 가볍게 말했지. >"그래. 한 번 이야기해볼 테니 안전한 거리에서 잘 보고 있어." > >나는 유리 조각을 잔뜩 챙겨 레테가 있는 곳으로 향했어. >그곳에 가까워지자 레테의 유리 조각과 내 유리 조각들이 거의 닿을 뻔했지만, > >두 무리가 결코 섞이지는 않았어. > >절벽의 끝자락. 아주 밝은 곳이야. 유리의 빛으로 환하게 비치고 있어. > >그 밑에 서있는 레테는 그림자에 감싸여 있어. >절벽 너머에서는 공허가 입을 벌리고 있어. > >"야, 사신." 여자를 불렀어. "하찮은 다툼은 그만두자. 네 도움이 필요해." > >"도와달라고?!" 레테가 쏘아붙였어. "이런 짓을 해놓고 할 말이야?!" > >아. >핵을 부숴서 세상을 이 꼴로 만든 게 나라고 착각하고 있구나. >나를 향한 평가가 너무 박한걸. > >나는 등 뒤를 보고 비타가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한 뒤,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레테를 향해 고개를 돌렸어. > >그 후의 '대화'는 생각했던 대로 흘러갔어. 참담하게 말이야. > >귀가 떨어져라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내뱉고, >레테의 칼날이 번쩍거리고... > >오른 눈에 핀 꽃 덕분에 쓸 수 있는 능력으로 나는 조각과 조각 사이를 이동하며 레테의 공격을 피했어. > >자제했어. 아무것도 안 하고 레테의 주변을 맴돌기만 했어. 정말. 정말 노력하고 있다고. > >하지만 이제는 한계야. > >나는 레테를 향해 반드시 유리 조각을 빼앗겠다고 맹세했어. >레테는 나를 향해 아르케아의 조각난 핵을 고치겠다고 맹세했어. > >역겹기 짝이 없어... >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 >유리에 칼날이 부딪히자 물방울이 촤악 튀었어.[* 이 문구를 기점으로 나오는 [[ALTER EGO(Arcaea)|BGM]]과 함께, 이후의 문구들은 터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계속 넘어간다.] > >나와 레테가 자아내는 격렬하고 악랄한 춤. > >나를 죽이려는 목적으로 낫을 휘두르는 레테. > >그 얼굴을 향해 빛나는 유리 조각을 날리는 나. > >머릿속이 울려. 역겨워서 뱃속이 뒤틀리는 것 같아. > >나는 실패했어. 내가 여기서 뭘 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어. >---- >[[파일:Arcaea/Story/18-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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