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I-III_{(r1 문단 편집)}

=====# 9-1 #=====
>풍경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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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걸음마다 풍경이 변했다. 라그랑주의 걸음이 땅을... 그리고 공간을 움직였다. 태피스트리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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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이 완전히 꿰여 있지 않았다. 유리 조각이 그녀를 소리 없이 지나쳤다가 놀란 듯이 갑작스럽게 웁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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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세계는 백색이 아닌 흑색이었다. 허공에 별들이 걸려있었다. 가야 할 길은 조각이 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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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으로 만들어진 태피스트리, 아르케아. 그 실은 풀려 닳아가고 있었다. 방치되고 잊힌 실가닥.
>그 앞에, 그리고 그 안에 서있는 소녀는 이의 첫 번째 목격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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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혼자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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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라그랑주가 속삭였다. 사실을 다시 확인하듯이.
>----
>"다른 누군가가 이곳에 도달하려면..." 그녀가 먼지투성이의 뒤틀린 길을 밟으며 말했다.
>
>"나와는 다른 길을 걷겠군. 내가 걸었던 길은 부서져버렸고, 앞에 난 길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으니까."
>
>그녀가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마침 그 말대로 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하얀 나선형의 길이 위로, 그리고 아래로 움직이다 작은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그 조각들이 허공에 둥둥 떠서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
>조각들은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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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라그랑주가 말했다.
>
>"너는 할 말 없니?" 그녀가 카론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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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은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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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봐." 소녀가 카론의 쓸모없는 머리를 토닥이며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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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는 카론의 주변으로 삼각형의 광륜이 둥둥 떠다녔다.
>----
>"그런 건가…" 그녀가 스스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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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는 카론의 머리를 끌어안은 채 고개를 돌려 텅 비어버린 세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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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장 낮은 세계’에 오면 네 기억이 돌아오거나, 최소한 성격 같은 게 생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구나, 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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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실험의 결과물은 천천히 꼬리를 흔들며 S 모양을 그렸다. 생각에 잠긴 듯이 귀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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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도 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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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귀여우니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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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는 카론에게서 손을 떼며 인정하듯 말했다. 일견 장난스러워 보였지만, 라그랑주는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
>세계가 완전히 백색이었던 적에 라그랑주가 만들었던 유리 사역마, 카론은 그녀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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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벌써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길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
>특이하게도 그 길은 라그랑주가 여태 보아온 길보다 훨씬 넓었다. 길이라기보다는 한 구획에 가까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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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케아 몇 개가 라그랑주의 오른쪽으로 옹기종기 모였다. 마치 라그랑주가 자신들의 것인지 확인이라도 하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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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조각들을 지나가니, 그렇지 않음을 깨달은 듯 흩어졌다.
>
>라그랑주의 목적은 기억이 아니었다. 기억의 땅은 과거의 것이다. 경계를 넘어선 공간에, 새로이 연구하고, 새로이 발견할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
>닳아빠진 태피스트리의 끝자락, 그녀는 이 끝없이 바뀌는 길을 따라가며, 언젠가 이 태피스트리를 짠 장인을 만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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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으로 하여금 다시 이 천을 만지게 하도록.
>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 선택한 세계로 걸어나아갔다. 흑색의 세계로, 공허 속으로...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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