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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ea/스토리/Act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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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 #===== >둘은 잠시 앉아있기로 했다. 미르는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었고, >소녀는 조용히 천 조각에 무언가를 바느질해 넣고 있었다. 새빨간 사각형 천에 새겨지는 익숙한 검은 형상... >잠시 그것을 바라보던 미르는 마침내 떠올렸다. >그 기억 속의 괴물들이다. 조금... 귀여워진 형태였다. 미르의 목에서 조그마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 >그 세계에서 시라베는 미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어쩌면 미르가 그저 자신의 절망감을 잘 숨기지 못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 >잠시 후, 소녀가 마침내 바느질을 끝내고 실과 바늘을 주섬주섬 챙겨넣었다. > >미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 때 치웠던 생각들이 다시 미르의 머릿속으로 찾아왔다. >어떻게 기억의 결말을 바꾼다는 그 불가능한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걸까? >그보다도, 이 세계는 도대체 뭘까? 나는 누구일까? 이 세계 이전에 존재하던 사람일까? >'이전'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 > >낡은 의문들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숙고할 가치가 있는 의문들이었다. >---- >미르는 소녀를 한 번 쳐다보고 일어나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또 몇 걸음, 또 몇 걸음... 소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미르가 뒤로 돌아보고 말했다. "같이 안 갈거야?" > >소녀는 마치 미르의 의중을 재려는 듯 입을 벌리고 멍하니 쳐다보다가 말했다. > >"어... 아니, 가야지." > >"그래." 미르가 다시 몸을 돌려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 >"이제야 앞을 보는구나." > >"음... 그러게." > >미르가 옅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 >"뒤에서 나를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으니... 안심이 되어서 그런가봐." >---- >미르가 등 뒤로 눈길을 흘리자, 시라베의 창백한 볼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 >"그치." 소녀가 말했다. "또, 또 그런 세계로 빨려들어갈 것 같으면..." > >"내가 알아서 할게." > >"그래, 그렇지... 그래도 네가 말한 것 처럼, 반드시 뒤에서 너를 지켜봐주겠어." >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 >"그럼 나도 나아갈거야." 소녀가 말했다. "너를 찾아낼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 >"내가 세상 반대편에 있어도? 절벽 아래에, 산중턱 한가운데에..." > >"응... 상관 없어." > >황금빛 목소리도... 조용할 수 있는 법이구나. > >미르는 한 번 더, 그 목소리를 믿었다. 어깨의 힘이 풀리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 >그리고 대답했다. > >"그래. 상관 없지." > >그렇게 두 소녀는 함께, 앞으로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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