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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ea/스토리/Act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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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 #===== >새하얀 모래를 파고드는 두 맨발. > >누운 등 뒤로 전해지는 사막의 온기를 느끼던 미르가, >지금 보이는 풍경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원히 빛나는 하늘을 등지고 몸을 기울여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소녀의 실루엣. >이상하게 생긴 드레스를 입고, 미르 자신과 비슷한 길이의 은빛 머리칼을 두 갈래로 묶어올린 소녀. > >...미르도, 본인조차도 모르는 그 소녀의 이름은 시라베였다. > >미르의 시선이 저 소녀가 들고 있는 물건으로 옮겨갔다. >악기인가? > >소녀의 말로 침묵이 깨졌다. >---- >"괜찮냐?" > >미르는 침묵을 지켰다. 아래를 내려보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무채색의 모래 언덕. 위를 올려보았다. >언제나 자기를 맞이해주던 새하얀 하늘. 마지막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걱정스러운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 >"사람이다..." 미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 >미르의 머릿속에서 한 기억이 불꽃처럼 반짝였다. 언젠가 들었던 노랫소리. >...이 소녀가 부렀던 것이겠지. > >"놀랐어? 나는 어떻겠냐." 소녀가 말했다. "그나저나 괜찮냐? 일어설 수는 있겠어?" > >일어선다니. 정말 솔직히, 그러고 싶지 않았다. > >미르는 지쳤다. 너무나도 지쳤다. >---- >"...어디 안 좋냐?" > >어디 안 좋냐고? 모든 게 안 좋았다. 안 좋다는 것 만이 미르의 삶에 있어 유일한 상수였다. > >소녀가 미르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까보다 더욱 걱정스러워 보이는 얼굴로. > >"음... 아니다, 일단은... 자기소개부터 해보자. 넌 어떤 사람이니?" > >어떤 사람이냐고? 미르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만족스럽지 못한 대답만이 잔뜩 떠올랐다. 방랑자. 용사. 광전사. 참살자. 발키리... > >무능력하고, 무식한, 실패자. > >...미르는 고개를 한 번 털었다. > >"모르겠어? 나도 똑같아." 소녀가 말했다. "여기서 깨어나기 전의 기억은 아무것도 안 떠올라. 내 이름조차도." >---- >"나는 꼭두각시야." > >미르가 마침내 대답했다. > >"이 망할 세계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기 위해 태어난 꼭두각시..." > >소녀가 놀란 얼굴로 미르를 바라보았다. "어... 뭐라고?" > >"나도 모르겠어..." 미르가 말을 흐렸다. "이 세계의 장단에 맞춰 춤출 수 밖에 없다는 것 외에는..." > >소녀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 >"'할 수 밖에 없다'니... 너무 무거운 거 아냐? 우리 모두 자유롭게 살아갈 수..." > >"없어, 나는." > >"...말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는데, 정확히 뭐가 잘못된 건지 말해줄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그리고, 미르는 마침내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 >그렇게 두 소녀는 만났다.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는 소녀가 또 둘이. > >텅 빈 세상에 홀로 남은 외로움.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두 소녀. >새하얀 양갈래 머리의 소녀는 끈질기게 미르의 곁에 붙어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말했다. >밋밋한 회색 모래에 대해, 창백한 하늘에 대해, 자기 자신의 경험에 대해,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 것에 대해. >그렇게 혼자 말하는 소녀의 말을 들으며 미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녀의 말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 >적어도, 처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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