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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ea/스토리/Act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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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 #===== >미르는 자신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죽어버린 이 세계에 오기 전에 지니고 있던 기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 >이번에 미르를 불러낸 유리 조각은 멀리 날아가기 전에 잠시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잇따른 경험을 통해 그녀는 다시는 그 조각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 >그 조각의 이름은 아르케아. 깨어났을 때부터 어째선지 그것만은 알고 있었다. 아르케아는 ‘상황’에 놓인 다른 세계의 모습을 미르에게 보여주었다. > >미르는 조각을 만질 수는 없었지만, 조각은 미르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수없이도 조각은 미르를 불러내어, 다양한 상황에 놓인 다양한 세계로 데려가 주었다. > >하지만 미르의 목적은 언제나 같았다. >적을 쓰러뜨리는 것. 철저하게 부수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하는 것. > >언제나 필연적으로 미르의 뒤에는 스스로는 싸울 수 없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피를 끓게 하는 전투의 황홀감 앞에서는 무색해졌지만. >---- >언제부터 지니고 있었는지는 몰랐으나, 미르는 눈을 떴을 때부터 함께했던 이 검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 >어쩌면, 너무 지나칠 정도로 능숙하게. 미르는 여러 세계의 그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을 아주 간단하게 해낼 수 있었다. > >적들을 쓰러뜨리는 것조차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사람들을 지켜내는 일이었다. > >하지만 전투를 마주하면 그러한 걱정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맹렬한 폭력의 기쁨이 온몸에 흐르도록 하며 전투를 즐겼다. > >그러나 그런 황홀감이 사라지는 순간은 점점 더 빨리 찾아왔다. 공허함과 피로감만이 미르를 채웠고, 그로부터 회복하기 까지는 몇 시간, 며칠이 걸렸다. >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되기까지는 더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보였다. > >그렇게 차분해졌을 때엔, 미르는 그 세계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세계들이 이곳과는 다른 세계라는, 여태껏 굳게 믿어왔던 ‘사실’조차 이제 믿을 수가 없었다. > >그 장소들은 마치 세계가 아니라… 어째선지 안에 들어가 행동할 수 있는 ‘동영상’처럼 느껴졌다. > >답이 뻔한 의문이다. 미르는 그렇게 느끼면서도 도저히 해답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 >지쳐버린 미르는 검을 어깨에 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을 둘러싼 풍경은 온통 흰모래뿐. 색이 쭉 빠진 사막은 마치 탈진한 미르의 모습과 같았다. > >미르가 조각에게 ‘잡혀가기’ 전 모래 위에 새겼던 발자국은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 >바람조차 없는 이 세계에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기 힘들었다. > >시간이 그다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 >또 다른 부름. 사방이 또다시 하얗게 물들었다. >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타올라 갈색으로 변해버린 들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하늘, 급조한 울타리와 참호. > >미르는 갑작스레 피곤해졌다. 이렇게 짧은 주기로 ‘부름’을 받은 적은 없었다. 거기에, 미르가 지켜야 할 약자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 >조각이 자신을 부르는 이유는 그들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었나? 그보다, 미르의 적은 어디에 있는 걸까? > >미르의 싸움은, 어디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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